정오를 지난 오후 동네 어귀에서 좁은 골목을 들여다 본다 골목 안에도 누군가는 살고 있지만 골목 밖과는 다른 일상이 아니겠는가? 그안에서는 큰길가가 낯설 것이고 넓은 하늘에 경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오히려 골목 안의 장미나무와 키 작은 꽃들이 아련히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다가가면 만져지고 뒤돌아서 큰 길가를 볼수도 있을테지만 난 골목 밖에서 골목 안의 낯선 사람과 마주했고 그 사람만큼이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 아름다운 종족을 바라봤다 내가 길을 잃으면 다시 찾을 수 없게 될 동네 어귀에서 나는 언제나처럼 망설이며 골목 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